내 청춘의 1D Mark3

내 닉은 박애총통 
그날 나는 유난히도 폭풍우가 심했던 
인천으로부터 서울을 가로질러 
올림픽공원으로 가고 있었다 

찍덕으로서 
소녀시대의 무대를 잘 찍어 보는 것은 
내 덕생을 건 꿈이였다 

그런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무대와의 거리 80m 
사람들은 이 거리를 면봉시대라고 부르며 두려워했다 

내 닉은 박애총통 
그리고 이 카메라는 바로 나의 분신 
삶과 죽음을 함께 하는 벗 

내 청춘의 1D Mark 3 

나와 더불어 청춘을 보냈고 
나와 더불어 행사장을 누빈 이 카메라가 
나는 것을 멈출 때엔 
나의 삶도 끝이 날 것이다 

300mm를 마운트한 바디는 그날 무거웠다 
앞으로 갈 수 없는 1D Mark 3의 AF 센서는 
몹시 힘겨운 듯 했다 

금방이라도 끊길 듯한 셔터 소리는 
늙은 내 심장의 불규칙한 고동 소리 같았다 

나와 1D Mark 3는 좁디 좁은 통로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있었다 

그러나 무대의 조명들은 사늘하게 미동도 않고 
나와 1D Mark 3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나와 1D Mark 3는 
일생에 단 한번 
포토라인 싸움에서 졌다 

원통한 눈물을 삼키며 되돌아 오려던 내가 
무심코 뒤돌아 봤을 때 

막내가... 
막내가 웃고 있었다 

나는 1D Mark 3 앞에는 
패배라는 두 글자가 없다고 믿으며 이제까지 찍었다 

나는 아빠백통을 마운트하고 
다른 렌즈들은 내버렸다 
카메라를 가볍게 만들고 이 개돌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내 닉은 박애총통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해온 이 카메라는 
내 청춘의 1D Mark 3

스스로의 원하는 대로 살아온 
나의 생애를 후회하진 않는다 

꿈은 
사람이 그것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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